축제 같았던 150분…끝날 무렵엔 관객도 '덩실덩실'

입력 2023-12-04 19:06   수정 2023-12-05 01:19


“당신만이 나를 충만하게 만들 수 있어요. 난 다른 남자는 다 포기했어. 밤낮으로 나는 당신 거예요!”(뮤지컬 ‘시스터 액트’의 삽입곡 넘버 ‘테이크 미 투 헤븐(Take Me to Heaven)’ 중에서)

신을 향한 수녀들의 아찔한(?) 고백은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나들지만 유쾌한 웃음을 유발한다. 뮤지컬 ‘시스터 액트’ 속 1970년대 배경과 디스코 음악, 의상 등은 최신의 세련된 느낌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만큼 클래식한 재미와 편안한 웃음을 준다.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이 작품은 1992년 개봉한 동명의 코미디 영화를 원작으로 만든 뮤지컬이다. 영화는 우피 골드버그가 주연으로 출연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었다.

뮤지컬 또한 2006년 초연한 뒤 17년 동안 수많은 나라에서 공연 중인 글로벌 히트작이다. 이번 공연은 국내 뮤지컬 제작사인 EMK뮤지컬컴퍼니가 아시아투어권을 확보해 미국 뉴욕과 서울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한 배우들이 영어로 공연하는 내한 공연이다. 무대에 서는 29명의 배우들이 모두 ‘원캐스트’로 공연한다. 하나의 배역에 한 명의 배우만 배정됐다.

‘시스터 액트’는 무명의 삼류가수 들로리스가 우연히 살인 현장을 목격하고 수녀원에 숨어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사치스러운 생활과 유명세를 좇는 들로리스와 금욕적인 생활을 하는 수녀들은 초반엔 물과 기름처럼 섞이기 힘들어 보이지만, 함께 성가대 연습을 시작하면서 극의 분위기가 반전된다.

나서기 싫어하고 조용하던 수녀들이 대표 넘버 ‘테이크 미 투 헤븐(Take Me to Heaven)’을 비롯해 ‘선데이 모닝 피버(Sunday Morning Fever)’ 등 재치 있는 가사가 담긴 찬양가를 춤추면서 부르는 모습이 낯설면서도 흥이 난다. 특히 견습 수녀 메리 로버트 역을 맡은 배우 김소향이 들로리스 덕분에 음악적 재능을 알아차리고 폭발적인 성량으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할 땐 일종의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악역마저 귀엽고 유쾌한 작품. 숨어 있는 들로리스를 추격하는 조이·파블로·티제이 등 갱단 3인조도 유쾌한 매력을 뿜어낸다. 이들의 어설픈 추격전이나 넘버 ‘레이디 인 더 롱 블랙 드레스(Lady in the Long Black Dress)’를 뻔뻔하게 부르며 수녀들을 유혹하겠다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재치 있는 번역도 작품의 재미에 한몫 더했다. 영어로 진행되는 극이기에 화면의 한글 자막을 보는 것이 번거롭게 느껴질 순 있지만, 유행어를 활용한 번역이나 다양한 글씨체를 삽입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지루하지 않은 자막을 제작했다.

이 작품의 백미는 가장 마지막의 커튼콜. 국내 관객을 위한 ‘팬서비스’로 외국인 배우들이 한국어로 된 노래를 부른다. 수녀들이 객석까지 내려와 관객과 함께 호흡하며 춤을 추면서 마치 축제처럼 150분간의 공연이 마무리된다. 흥이 난 일부 관객은 일어서서 함께 춤을 추기도 한다. 연말 가족들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공연이다. 공연은 내년 2월 11일까지 열린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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